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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심리

왜 하필 서로를 알아볼까 — 이 조합이 끌리는 근본 이유

애착유형 시리즈 · 7화
가장 힘든 상대인데, 가장 강렬하게 끌리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남녀의 모습, 불안형과 회피형 애착이 서로에게 끌리는 관계 패턴을 표현한 이미지

 

지수는 소개팅에서 늘 비슷한 소감을 남긴다. "그 사람은 너무 편해서 재미가 없어." 그러다 준우 같은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심장이 뛴다. 어딘가 닿을 듯 안 닿는 거리감, 다 알 수 없는 여백. 준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무심한 사람에게는 눈길이 안 가는데, 지수처럼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사람 앞에서는 이상하게 끌린다. 두 사람 다, 가장 힘든 상대를 가장 강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익숙함은 편안함과 다르다

관계에서 느끼는 ‘익숙함’은 때때로 끌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경험한 관계 방식은 성인이 된 뒤에도 낯설지 않은 감정의 패턴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수에게 준우의 거리감은 낯설지 않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군가의 애정이 일관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다가가야 겨우 사랑받는" 관계 방식이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준우처럼 다가가면 물러나는 상대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확실성이 편안하지는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준우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지수처럼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감정 표현이나 가까운 관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경험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친밀감은 원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부담스러운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과거에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관계 경험과 비슷한 패턴을 이후의 관계에서 반복하는 현상을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과거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감정과 갈등을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관계 속에서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관계의 끌림을 이 개념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때로는 그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오래전부터 익숙했던 감정의 패턴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완성시켜준다는 느낌

이 조합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있다. 바로 "저 사람은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지고 있다"는 감각이다.

지수가 준우에게서 보는 것

  •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
  • 감정에 압도되지 않는 여유
  • "나도 저렇게 안정적이고 싶다"는 동경

준우가 지수에게서 보는 것

  • 감정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는 생동감
  • 관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에너지
  • "나도 저렇게 솔직해지고 싶다"는 동경

하지만 처음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습과 그 행동의 실제 이유는 다를 수 있다. 때로 준우의 침착함 뒤에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거리를 두려는 방어가 숨어 있을 수 있고, 지수의 적극성 역시 관계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달래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그래서 관계가 깊어질수록 "내가 동경했던 그 모습"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는 지점으로 바뀌는 역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간헐적 보상이 만드는 강렬함

여기에 관계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준우처럼 애정 표현이 일정하지 않은 상대와의 관계에서는,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애정과 거리두기가 불규칙하게 반복되면 상대의 반응에 더 민감해지고 관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행동심리학의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 개념은 이런 현상의 일부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 보상이 언제 주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그 보상을 기대하는 행동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원리다. 다만 실제 연애 관계는 애착, 감정, 기억, 기대와 관계의 맥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불안정한 관계를 간헐적 강화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끌림은 나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이 끌림은 내가 관계에서 무엇에 민감한지, 어떤 친밀감의 패턴에 익숙한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지수가 준우에게 끌리는 이유를 이해하면, 지수는 "일관되지 않은 애정"이 아니라 "일관된 애정"에서도 안전을 느끼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다. 준우가 지수에게 끌리는 이유를 이해하면, 준우는 감정 표현이 반드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새로 배울 기회를 얻는다. 끌림 자체를 없애려 하기보다, 그 끌림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의 핵심 정리

  •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관계의 패턴은 성인이 된 뒤의 친밀한 관계와 끌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누구에게 끌리는지를 애착 경험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 서로에게서 느끼는 매력 중 일부는 내가 갖고 싶었던 특성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는 데서 생길 수 있으며, 처음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습이 관계가 깊어지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애정과 거리두기가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관계에서는 상대의 반응에 더 민감해질 수 있으며, 간헐적 강화는 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심리학적 틀이 될 수 있다
  • 강렬한 끌림이 반드시 건강한 사랑이나 좋은 궁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 끌림을 이해하는 것은 내가 어떤 관계 패턴에 익숙한지를 알아보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8화에서는 이 조합이 실제로 함께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실전 팁으로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