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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이해

부모와 닮아가는 나, 왜 그럴까? – 애착의 세대 간 전이

by 황금정원 2026. 5. 7.

애착의 세대 간 전이는 왜 반복될까요? 부모와 닮아가는 이유를 애착이론과 심리치료 관점에서 살펴보고, 대물림의 고리를 끊는 치유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부모와 아이의 뒷모습, 애착의 세대간 전이를 상징하는 이미지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나 아이를 대하는 말투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가까운 사람과 다투는 방식에서, 감정을 참아내는 태도 속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했는데도 어느새 부모와 닮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곤 합니다. 왜 우리는 원하지 않았던 모습까지 반복하게 되는 걸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애착의 세대 간 전이(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 of Attachment)’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성격이 닮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모 세대의 관계 경험과 정서적 방식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1. 애착은 어떻게 대물림될까?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부모와의 반복적인 관계 경험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을 형성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감정을 표현했을 때 안정적으로 위로받았던 아이는 “사람은 믿을 수 있다”, “감정은 표현해도 괜찮다”는 감각을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감정이 반복적으로 무시되거나 비난받았던 환경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면 위험하다”, “혼자 견뎌야 한다”는 방식이 관계의 기본 패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억 차원이 아닙니다. 몸의 긴장 방식, 감정 조절 습관, 가까운 관계를 대하는 태도까지 포함한 정서적 학습에 가깝습니다.

즉, 애착은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경험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성인애착면담(AAI, Adult Attachment Interview) 연구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얼마나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자녀의 애착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2. 세대 간 전이는 왜 반복될까? — 미해결된 감정의 재현

부모 역시 누군가의 자녀였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나 상실을 충분히 애도하거나 처리하지 못했을 때, 그 미해결된 감정들은 자녀와의 관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애착 연구자 Mary Main은 이러한 세대 간 전이가 단순한 행동 모방이 아니라, 부모의 내면 상태와 관계 패턴이 자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정서적 질서를 유지하려 하고, 아이는 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모의 반응 방식에 적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감정 표현이 반복적으로 억압되었던 부모는, 아이의 강한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부담스럽거나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실이나 미해결 외상을 가진 부모는 아이의 울음이나 분노 같은 강한 정서 반응 앞에서 쉽게 압도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최소화하거나, 반대로 더 강하게 표현해야만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우게 됩니다. 

아이의 애착 전략은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된 적응 방식일 수 있습니다.

! 애착은 어떻게 대물림될까요? (메커니즘)

연구자들은 애착이 단순히 유전되거나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내면 상태''아이와의 상호작용'을 통과하면서 재구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구체적인 3단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STEP 1. 부모의 미해결된 과제

부모가 자신의 과거 상처나 상실을 충분히 통합하지 못했을 때, 이는 무의식적인 불안과 정서적 습관으로 남습니다.

STEP 2. 관계의 통로 (상호작용)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부모는 자신의 옛 상처가 자극되어 압도당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신호를 외면하게 됩니다.

STEP 3. 아이의 적응 전략 형성

아이는 생존을 위해 부모의 반응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조절(억제 혹은 과장)하게 되며, 이것이 곧 아이의 '애착 유형'으로 굳어집니다.

"결국 애착의 전이란, 부모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아이가 부모를 느끼는 방식을 통해 전달되는 정서적 흐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애착 패턴이 단일 세대에서 종결되지 않고, 관계라는 통로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애착 상태는 자녀의 애착 유형을 높은 확률로 예측하며, 때로는 조부모 세대의 미해결된 상실이나 상처가 부모를 거쳐 자녀에게까지 정서적 침전물처럼 이어지는 양상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① 안정형 애착

안정 애착을 가진 부모는 심리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아이의 감정 신호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읽고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가 불안해할 때 가까이 다가가고, 감정을 표현했을 때 이를 지나치게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내면을 유연하게 탐색하는 법을 배웁니다. "관계는 안전하며, 감정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감각을 형성하며 건강한 자아를 갖게 됩니다. 이 과정속에서 아이는 비로소 세상을 향해 나아갈 튼튼한 안전기지를 얻게 됩니다.

② 회피형 애착

회피적인 애착 패턴을 가진 부모는 감정적 거리 유지에 익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울음이나 강한 감정 표현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지나치게 빨리 혼자 해결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점차 감정을 최소화하고, 혼자 견디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운 관계에서 정서적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패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③ 불안형 애착

불안정하고 집착적인 애착 패턴에서는 관계 안의 긴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반응에 과도하게 민감해지거나, 자신의 불안을 아이를 통해 확인받으려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반응에 더욱 예민해지고, 버려짐에 대한 불안을 크게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불안해지고 상대에게 매달리게 되는 패턴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④ 혼란형 애착

혼란형 애착에서는 가장 복잡한 역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대상인 부모가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부모가 미해결 외상이나 해결되지 않은 상실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경우, 아이의 고통이나 강한 감정 표현이 부모 자신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과거의 압도적인 감정이나 해리되었던 경험에 다시 휩싸이기 쉬워집니다. 겉으로는 갑작스럽게 멍해지거나, 얼어붙거나,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가장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 동시에 두려운 존재가 되기 때문에, 가까이 가고 싶으면서도 피하고 싶은 모순된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혼란형 애착에서는 관계를 원하면서도 관계 자체를 두려워하는 복합적인 패턴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마치며 

저 역시 살아가면서 문득 부모님의 모습을 제 안에서 발견하고 이제부터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와는 별개로 특정 상황이 되면 닮아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럴 때면 생각보다 어린 시절의 관계 경험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다만 이러한 관계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애착 상태와 아이의 애착 사이에는 분명한 관련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전달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연구와 별개로 우리는 누구나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운명처럼 정해져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관계 안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를 천천히 이해해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애착 연구에서는 희망적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던 그 대물림을 끊어내는 열쇠, '성찰적 자기(Reflective Self)'의 힘에 대해 다음 글에서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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